처음 킬케니를 맛보게 된 건 군대 가기 바로 직전인 2004년 5월 경이었다. 강남역에 있는, 당시 기억으로도 펍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2차를 갔는데, 익숙한 맥주들 가운데 생소한 맥주가 적혀있는 것이었다. 발음하면 강하게 소리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나는 모험하듯이 그 맥주를 시켰고, 그것이 바로 킬케니였다.
당시만 해도 나는 에일과 라거의 구분 없이 닥치는대로 맥주를 경험하고 있을 때였고, '수입 맥주' 라는 상세한 구분 따위는 없는 거칠디 거친 구분에 익숙해진 터라 평소대로 황금빛에 가까운, 톡쏘는 뭔가 다른 맛의 맥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실제로는 짙은 카라멜 빛의 맥주 위에 휘핑 크림 같은 색의, 방울이라곤 볼래야 보이지 않는 거품의 층을 장식한 파인트 잔이 내 자리 앞에 등장했던 것이었다.
'어 뭐야, 이거 좀 당황스러운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잔을 들어 거품을 들이킨 순간, 너무나도 진하게 다가오는 맥아의 구수한 향이 코를 기습했다. 이어 들이킨 킬케니는 살짝 짜고, 담백하며 달달한 부드러운 맛이 담백하고 청량감 있는 맥주만 마셔왔던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네스에 이어 에일의 개성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 것이었다.
술이 취한 상태로 마셨던 거라, 나중에 제대로 다시 한 번 마셔봐야겠다는 기약을 했지만...곧 나는 군대로 끌려갔고 전역하고 난 뒤론 정말 매년 한 두 번 정도 밖에 못 마신 듯 했지만 그래도 특유한 킬케니의 위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이제는 디아지오가 정식으로 수입해 들여와서 너무나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마트에서 3200원이라는 적당한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반갑기 그지 없다.
산토리의 프리미엄 맥주인 더 프리미엄 몰츠는 말로만 듣다가 작년 가을 친구를 따라간 바에서 처음으로 생맥주를 들이켰다. 맥아의 향을 제대로 잡은 것은 물론 보리 자체의 맛도 진할 뿐더러 끝으로 남는 홉의 향도 아주 특이해 마치 맥주를 목으로 넘긴 뒤 혀 위에 각종 허브를 갈은 가루를 살짝 뿌린 것 같았다. 줄여서 표현하자면, '끝내줬다.' 근데 한 잔에 2만원.(...) 애초에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있다는 말에 흥분해서 시킨 나랑 친구 잘못이었지만.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병맥을 구해서 주로 마셨는데, 제일 싸게 살 수 있었던 곳이 역삼역 근처 모 주류삽이었고 그나마도 7500원이었다. OB가 수입하고 있다는 소린 들었는데 정작 최종 소비자는 혜택을 그다지 못받는 상태였다.
근데, 이 녀석이 저번 달 중순부터 대형마트에 풀렸다. 그것도 아주 착한 가격으로. 500ml 한 캔이 3900원. 7500원이었던 병맥은 3600원으로.(이마트 기준) 솔직히 풀린다고 했을 때도 5000원 밑은 기대도 안했는데 가격을 보고선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이 글을 작성한 오늘도 저녁을 먹고 한 캔을 들이켰다. 근데 현재 가격이 OB에서 산토리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물량을 빨리 소진시키기 위해 싸게 나온 것이라는 루머도 있다.(이 루머대로라면, 판매량 관련 옵션이 계약에 들어있다는 소리다.) 뭐가 어찌됐든 500ml 캔 기준 5000원만 넘지 않는다면 내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사서 마실 것 같다. 이런 맛있는 맥주는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다. 바람이 한 가지 더 있다면, 더 프리미엄 몰츠의 다른 버전인 '더 프리미엄 몰츠 흑'도 곧 국내에 그 모습을 드러내줬으면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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